지난 연말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지냈다. 어쩌다 보니 12월 28일부터 1월 1일까지 긴 휴가를 얻게 된 덕에, (당시엔 국가 애도기간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예기치 못하게 연말을 다낭에서 조용하고 평온하게 보내고 왔다.
지난번 후쿠오카에 다녀올 때와 거의 마찬가지로, 다낭을 가기 이틀전에야 여행을 갈 마음을 먹고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 다낭은 이미 한번 다녀온 적이 있었던 여행지였기도 하고, 이번 여행의 목적은 잘 쉬고 잘 즐기다 오는 것이지 뭘 많이 구경하는 목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가기 전에 계획한 것이 애시당초 많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 호텔, 유적지 한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뭔가 예약을 한다면 12월 31일 저녁에, 2024년의 마무리로 기억될 그날의 저녁 식사가 특별했으면 했다.
해외 여행을 할때도, 해외 출장을 갈때도 나는 클룩(Klook) 어플의 사용을 즐기는 편이라, 다낭 여행을 급하게 짜면서 뭐 특별한 게 있나 둘러보고있는데 눈에 띄는 상품이 있었다. '더 골든 드래곤 딤섬뷔페(그랜드 머큐어 다낭)' 상품. 베트남인데 딤섬 뷔페라니, 베트남이 딤섬으로 유명하지도 않은데. 그런데 '그랜드 머큐어 다낭'의 중식당인것도 꽤 마음에 들었고, 가격이 3만원이 안되는 돈(27,300원) 인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 딤섬은 둘째치고 어느 뷔페를 가더라도 5만원 미만으로는 뷔페 상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그게 5성급 호텔의 중식당이라면 또한 더더욱 비쌀 일이기 때문에 물가가 저렴한 베트남에서 특별한 기분을 내면서 12월 31일을 즐기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았다.
날이 날인 지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지도에서 예약 사이트를 찾아서 특정한 시간대에 1명을 예약했다. 막상 다낭에 도착해서 올해의 마지막 식사를 하고 귀국을 준비하려는데 (1월 1일 새벽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돈은 냈겠지만 테이블이 없어서 식사를 못하는 불상사는 없었으면 했다. 결과적으로 자리는 충분했고(ㅋㅋ 아무도 그런날에 중식당에 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구글과 클룩이 더블부킹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베트남에 노쇼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혹시 클룩으로 예약할 사람이 있다면 클룩에서 테이블 예약까지 해주기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같다.
그랜드 머큐어 다낭 2층에 있는 더 골든 드래곤에 가면, 예약자 명단에 있는 내 이름을 확인하고 자리로 안내해준다. 간단한 에피타이저(옥수수 튀긴것)과 김치, 간장을 내어주고 음료 1잔을 무료로 줄 수 있는데 뭘 마시겠냐고 물어보기에 맥주를 한잔 시켰다. 그리고는 딤섬 메뉴가 들어있는 태블릿을 가져다준다.
태블릿에는 모든 딤섬의 가격이 0원으로 표기되어있고, 메뉴를 직접 태블릿으로 주문하면 되는데 주문 프로세스를 끝까지 완료하려면 회원가입을 해서 로그인을 하는 창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조금 당황스러워서(굳이 회원가입까진 하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한테 로그인을 해야되냐고 물으니, check out 전 단계까지(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태)만 해서 본인에게 주문을 하면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딤섬은 1알, 2알, 4알 이렇게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첫 딤섬은 하가우(새우 만두) 2알과 고수 호두만두 2알을 시켰다.
캐나다에 있을때, 종종 딤섬집을 들렀었는데 거기서 팔았던 고수맛이 진한 고수 돼지고기 만두를 좋아했었다. 그때의 생각으로 고수호두만두를 시켰는데, 고수맛은 거의 나지 않고 호두의 질감이 너무 이질적이라서 개인적으론 비호였다.
- 하가우 : 새우의 탱글함이 잘 살아있었고, 익숙하고 만족스러운 만두 맛이 났음. ★★★★☆
- 고수 호두만두 : 고수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호두의 질감이 입에서 굴러다녀서 별로였음. ★☆☆☆☆
두번째 주문은 슈마이와 연어 새우카레만두.
슈마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메뉴라 시켰는데, 생각한것처럼 안에서 육즙이 터지고 하는 맛은 아니었지만 녹진한 맛이 옹골차게 들어있어서 좋았다. 연어 새우카레 만두도 생각보다 카레 맛이 진해서 좋았다.
- 슈마이 : 새우와 돼지고기의 감칠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녹진한 맛이 옹골차게 채워졌음. ★★★★★
- 연어 새우카레 만두 : 카레의 맛이 강했고 새우랑 잘어울렸음. 연어맛은 안느껴졌음. ★★★☆☆
상해 스타일 만두는 만들어둔 재고가 없었던건지, 아니면 만들기가 쉽지 않은건지 트러플 만두가 나온 후 한참 후에 나왔다. 트러플스타일 만두는 트러플의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그냥 보통 만두였고, 무난하게 맛이 있었다. 상해 스타일 만두는 위의 고수만두에 비해 훨씬 외국맛?이 강하고, 속의 밀도?가 높은 편인데, 그냥저냥이었다.
- 트러플만두 : 트러플은 커녕 버섯맛도 거의 안났음. 그냥 맛좋은 돼지고기 만두 정도. ★★★☆☆
- 상해ST만두 : 맛이 없는건 아닌데 뭐랄까 이게 왜 상해맛일까 싶고 그냥 이런 무난한 고기만두로 이만큼의 위장을 채우는게 조금 아깝다 싶은 그런맛(다른 만두보다 살짝 크기때문에..). ★★☆☆☆
튀긴 만두도 한 종류 정도는 먹고싶어서 튀긴 완탕?을 시켰다. 튀긴건 항상 옳고 아는 맛이 나왔다. 튀김과 소스 모두 익숙한 그맛. 마늘 조개 만두는 마늘맛과 조개맛이 생각보다 강했다. 봉골레를 만두로 먹는다면 이런 맛일까.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호였다. (지금보니 사진을 깜빡했다!)
- 튀김완탕만두 : 너무 잘 아는 그 맛. 튀긴 만두피에 뿌려지는 달달한 스위트칠리. 만두소가 새우라 더 좋았다. ★★★☆☆
- 마늘조개만두 : 봉골레의 만두화 보다 더 좋은 설명을 할수가 없다. 마늘과 조개 맛이 확실하다. 호불호가 있을것같고 외국인이 싫어할것같은 맛. 나는 한국인이라 완전 땡큐. ★★★★☆
마지막으로 중화식 소스에 절여진? 만두도 하나정도 먹고싶어서 시키고, 먹었던 것 중에 맛있었던 것 두개를 한번 더 시켰다. 총 누적 19알. 배가 찢어질때까지 먹는다면 20알 넘게도 먹었겠지만, 19알 정도가 과하게 나를 괴롭히지 않고 딱 좋았다. 2024년의 마지막 식사로 내가 만최몇인지 알게되다니.
- 시추안소스만두 : 칠리와 페퍼맛이 강하고 좋았다. 느끼하지 않고 밸런스가 좋아서 두알도 괜찮을것같다. ★★★★☆
정말 찐으로
딤섬만 먹고싶었기 때문에 굳이 시키진 않았는데, 요리나 완탕같은 국물류, 그리고 화려한 디저트들도 있었다. 2만원대에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맛의 퀄리티가 좋았고, 바로 쪄서 나오는 만두들이 맛이 없을수가 없었고, 아마 요리류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낭에 딤섬 먹으러간다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다낭을 또 갈일이 있다면 더 골든 드래곤을 한번 더 갈 것 같다. 베트남 음식들이 정말 맛있었고, 나름 구석에 있는? 그랜드 머큐어 다낭이 동선상 거슬려서 괜히 예약했나 싶었는데 먹고 나서 보니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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