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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맛집 추천!! 이치란 라멘 후쿠오카 본점🍜

10년차 이대리 2024. 11. 16. 00:25

이치란라멘 본사 총본점. 할로윈 근처라 홍등도 할로윈 단장을 했다. 귀여워..

 

 

 올해 10월 내 생일엔 후쿠오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누군가 듣는다면 믿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생일 전날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다음날 숙취와 함께 부스스하게 눈을 떠서는 그 다음날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매했다. 그리고 오후에 술이 좀 깨고 나서 기차와 버스 등 나머지를 예매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서 출발했다. 그렇게 PPPP다운 여행을 했다.

 

 PPPP다운 여행이었지만, 후쿠오카에 가면 꼭 하고싶은 것 몇가지는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이치란라멘의 본점에 들르는 일. 이치란라멘은 내 첫 일본여행(도쿄)때 우연히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길래 '맛집인가..?' 하는 생각에 슬쩍 껴서 먹어본 후로 완전히 팬이 되어서, 일본 여행을 갈 때 마다 모든 지역의 이치란라멘 도장깨기를 하고있는 내 마음속 최고의 라멘맛집이다.(그러고보니 이때도 정말 극악의 P였던것같다)

 

 지지난달에 오키나와에 갔을때도 당연히 남편과 함께 이치란라멘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리고 돈코츠라멘의 본고장인 후쿠오카에서 다른 돈코츠라멘을 먹어보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쉬울 수 있기 때문에(이치란 말고 신신라멘도 유명하다) 먹지 말까 살짝 고민을 했으나 본점이 있는 지역에 와서 도장깨기를 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본점은 24시간 영업이라는 점이 돼지런한 나를 설레게 했다.

 

 당연히 후쿠오카를 검색하면 처음으로 언급되는 것이 돈코츠라멘이기 때문에, 그리고 2박3일밖에 안되는 일정 중 상당 시간을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데 쓰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치란라멘을 조식으로 먹는것을 선택했다! 사실 저녁 늦은 시간대에 방문해볼까도 잠깐 고민했었는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갔던 여행이니만큼 안전한게 좋다고 생각해서(이른 아침이라고 퍽 더 안전한것은 아니다만 ㅎㅎㅎ) 아침식사로 먹기로 했다. 첫째 날은 아침에 한국에 있었고, 둘째 날은 아침부터 기차를 타고 벳푸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에키벤 못참지) 갈 수 있는 아침이라곤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마지막 날 아침 뿐이었다.

 

구글맵제공. 하카타역~이치란본사 총본점. 도보 거리(점선)는 공항선이 훨씬 짧다.

 

 아주아주 이른 시간부터 밥을 먹고, 쇼핑도 하고, 짐을 싼 후에 체크아웃 해야지~ 라고 성실한 마음을 먹었지만, 전날 온천 여행의 여파로 늦잠을 자고 9시가 되어서야 숙소를 나섰다. 구글맵에서 추천해준 대로 나나쿠마선(초록색)을 타고 구시다 진자마에역까지 가서, 도보로 이치란 본사 총점까지 이동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공항선의 나카스카와바타역이 훨씬 가까웠다. 아마 공항선의 배차간격이 조금 더 길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대체 누가 아침 9시 조식으로 돈코츠라멘을 먹어,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구글맵 덕분에 상쾌하게? 아침산보좀 하고, 이치란 본점에 도착해보니 벌써부터 꽤나 줄이 길었다. 아침 9시부터 대체 누가 라면을 먹어? 게다가 진득한 돈코츠 라멘을? 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나 역시 그 '누'가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딱히 할말은 없었다. 웃기는 점은 그 시간에 이치란 본점에 줄서있는 사람의 90%는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에, 한국으로 벌써 귀국했다고 상상해도 이상할 점이 한개도 없었다. 아 그리고 누차 말하지만 나도 그 이상한 한국인으로서 그 자리에 함께 줄을 서있었다. ㅎㅎ

 

안쪽은 이치란라멘의 역사와 전통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조금 낡은 것 빼고는 사실 별것없다.

 

 9시에 도착했을때는 모든 층이 다 열려있진 않고 1층만 개방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1층은 테이블석이라고 하는데, 독서실처럼 생긴 개인석에만 줄곧 앉아봤던 나는 1층에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쉽긴 했다. 그치만 더 기다려서 1층 자리를 얻게되었다면 아마 체크아웃에 늦었을지도.. 총 12층짜리 건물이라는데, 1층은 테이블석 2층은 개인석이고 3층부터 12층까지는 사무실이라고 한다. 아주 크고 회전이 빠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이유가 다 있었다. 10시까지는 1층만 개방되다가, 10시가 되니 갑자기 2층이 개방되며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갔다. 덕분에 나도 10시에 겨우 들어가서 후다닥 식사를 마치고 11시 체크아웃에 성공할 수 있었다.

 

 

 

 늘 하던대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했다. 키오스크 화면 창은 나중에 식사하고 나오는 길에 아차 싶어서 주문하시던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찍은거라.. 내 주문창은 아니다. 나는 천연 돈코츠라멘 1개에 반숙란 하나, 차 한병을 주문했다. 주문용지는 늘 비슷하게 넣는 편인데 맛은 진하게, 너무 느끼하진 않게, 마늘과 파는 많이, 비밀소스는 적당히, 그리고 면은 기본으로 주문한다. 질김으로도 전에 한번 주문해봤는데 너무 알덴테였어서 급하게 먹으려는 일정탓에 체할 것 같아서 기본으로 주문했다.

 

좌석 구성과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프로세스?는 기존과 동일했다. 일본어로 공손히 무어라 무어라 하는데.. 사실 조금 부담스럽다.

 

 난 그냥 맛있고 진한 라멘이 한그릇 먹고싶었을 뿐인데, 지나치게 공손한 말투로 말을 오래 하느라 시간만 지체되었다. 나는 체크아웃이 급한 '빨리빨리'의 민족이라고..

 

그렇게 나온 돈코츠라멘은 오늘도 훌륭했다.

 

좋은 사진은 크게 봐야지. 사진을 보니 다시 먹고싶어졌다. 돈코츠라멘.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진한 육수에 탱탱한 면발.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반숙란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반숙란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맛이라 매번 취향 저격이다 정말. 🔫🔫🔫

 

그리고 내가 마셨던 이치란 오리지널 블렌디드 티.

 

키오스크를 잘 보면 '이치란 오리지널 차. 건강, 미용효과, 효능은 보증하지 않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귀엽기도 하고, 허술한 그 멘트에 끌려서 한 병 결제를 했다. 맛은 약간 마테차 같은 맛. 너무 진하지 않고 적당히 애매해서 좋았다.

 

후기라고 하기엔 다소 용두사미이지만.. 이치란 총본점 후기를 요약하며 마무리해본다.

 

1. 24시간 운영한다고해서 아침 일찍? 간다고 해도 9시면 한국인에겐 이른 시간이 아니다. 사람이 없길 바란다면 적어도 8시 전에는 도착해야 하나보다.

2. 이치란 오리지널차는 사실 별거 아니다. 2500원씩이나 줄 정도는 아니지.

3. 이치란 총본점이라고 해서 다른 지역 지점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도쿄에서 먹고 오사카에서 먹는다고 다른맛이 나지 않는 것 처럼, 본점도 역시 그맛이다.

4. 그치만 이치란은 항상 옳다. 아침 9시부터 먹었어도 후회가 없다. 그런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