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포스팅 세번째 글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 부부는 맛집같은거엔 큰 관심이 없다. 남들이 다 간다는 대단하다는 맛집에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서서 기다릴 열정도 없는 편이고, 더더군다나 I 그 자체인 남편과 주말에 집 밖을 나서는 일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연애 4년 결혼 3년을 넘어서는 이 시점에 아무리 곱씹어봐도, 어느 맛집을 갔었던가 기억에 남는곳이 많지는 않다.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섬세한 맛평가를 하거나.. 대단히 비싼 음식을 즐긴다거나 그런 취미는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맛있는 음식을 싫어한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전통적으로? 맛DNA를 타고났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식자재 도소매를 하시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식당을 하는 남동생을 둔 나와,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카페를 운영하는 누나를 둔 남편.. 우리 부부의 DNA는 누가봐도 食자가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까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맛있는 걸 즐기고 행복해하는 우리 부부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어느 맛집을 한번 찾아가볼까 하는 굳은 결심을 하고 간 곳은 안성의 '육미제당'이라는 식당이었다. SNS는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이 어디에서 본 것인지 한번 가보고싶다고 해서(일단 남편이 가보고싶다고 하는것부터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50%정도는 이미 결정되었다) 어디 갈지, 뭐 할지 대충 정해보고는 그날 육미제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남편 회사에서 반차를 낸 남편을 픽업해서(나는 연차 ㅎㅎ) 도착하니 1시 반 정도였다. 주차할 곳이 있을까 조금 걱정되는 동네였는데, 다행히 식당 뒤에 주차장이 있었고 육미제당에서 주차권을 받을 수 있는 주차장이었다.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요새 다들 그렇긴 하지만, 테이블마다 작은 모니터가 달린 식당이었다. 직원이 우리를 안내해주며 처음 왔느냐고 물었고, 처음 왔다고 했더니(설명을 해줄줄 알았는데) 테이블에 적힌 글을 읽어보고 주문을 하면 된다고 했다. 아니 그럼 왜 처음왔냐고 물어봤지; 싶었지만ㅎㅎㅎ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때까지는.
사이드 음식?코너에는 치킨이랑 떡볶이(근데 조금 불어터진), 기름이 둥둥 뜬 김치찜, 밥, 그리고 밑반찬이 있었다.
떡볶이랑 김치찜의 상태가 별로 좋진 않아서 기대가 되지않았고, 그래서 밥만 조금 퍼다 먹었다.
맞은편에는 샤브샤브?를 해먹을수 있는 냄비와 야채 몇가지가 놓여있었다. 샤브샤브는 적당히 좋았다.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긴 하지만.
고기존에는 대장갈비?라고 적힌 폭립같은 메뉴 3가지와 삼겹살, 마늘갈매기, 양념갈비, 프렌치랙, 숯불닭갈비가 있었다. 원래 처음에 갔을땐 함박스테이크인지 떡갈비인지 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집으려고 보니 사라져있었다.
SNS같은데서는 더 다양하고 화려한 메뉴들이 많은것처럼 선전되더니.. 막상 별것 없었다.
프렌치랙은 양갈비가 아니고 소인것같았는데 꽤나 질이 나쁘지 않았다. 근데 구워먹기도 번거롭고 굳이굳이 한번 이상을 더 구워먹을 일은 없을것같았다.
삼겹살은 고기 상태도 좋고 맛있었다. 삼겹살은 늘 옳지.
대장갈비들은 뭐랄까.. 부드럽고 맛이 좋긴 했는데 양념을 아낀 느낌? 양념이 좀더 세야 맛이 사는거 아닌가 싶었다.
양념갈비는 흔한 양념맛.ㅎㅎ
이 글을 블로그에 남기려고 하기 전에, 남편에게 물어봤다.
'블로그 리뷰를 적는다면 솔직하게 적는게 좋을까?' 라고.
이 블로그를 적는 이유가 있다.
탄산음료는 탄산도 시럽도 다 빠져서 물보다도 못한 맛이 나고, 떨어진 고기는 채워넣지도 않고. 여러모로 아쉬운점이 너무 많았다. SNS에서 화려하게 광고되던 음식들도 주중 점심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버젓이 벽에 이런 메뉴가 있다고 광고를 하면서도 그 어느곳에도 놓여있지 않았다. 주중 점심에 들러서 그런거라고 말하기엔, 탄산음료조차도 너무 성의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기념일이라고 귀한 연차/반차를 써가며 시간을 보내려고 들른 곳인데, 그들에게는 그냥 '평일 점심에 이런데 누가 와'의 '누가'에 해당하는 손님이었나보다. 좋은 날이라 남편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육미제당 안성점에는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
굳이 남의 업장을 망치고싶은 생각이 있는것도 아니고, 맹렬히 비난을 해서 얻는것도 없다지만.. 그래도 누군가 또 귀중한 평일 점심을 그곳에서 보내려고 한다면 말리고싶다. 당신에게 귀한 평일 점심 시간은 그들에겐 귀찮은 손님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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