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노트_음식

잘사노트 두번째 : 울트라 펌킨티 유자

10년차 이대리 2024. 4. 14. 15:15

울트라잇츠 울트라 펌킨 유자 티

 

 직장생활이 올해로 딱 10년차에 접어들었다. 첫 직장에서 첫 1년동안의 직장 생활이 어땠는지 이젠 가물가물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출근 습관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타서(미리 밝히자면 나는 지독한 얼죽아이다), 자리에 앉아 지난 메일을 읽는 것이었다. 지난 직장생활에서도 한 3~4년을 그렇게 지냈으니, 아마 못해도 5년은 넘는 습관이지 않을까 추측하는 그 습관은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내 위를 병들이기엔 충분한 일이었던 것 같다. 전 직장에서도 소화기관은 곧잘 고장이 났었다. 직접적으로 위가 아프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지만 툭 하면 소화가 되질 않던가 툭 하면 탈이 나던가 해서 조용할 일은 잘 없었다. 그러나 직장을 옮기고 스트레스가 현격히 줄어들면서 그럴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고 안일하게 2년 정도를 지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심지어는 아침으로 과채주스나 프로틴음료를 마시면서 잘 챙겨왔다고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날, 갑자기 위가 아팠다. 아, 이게 남들이 지금껏 말해오던 위염의 증상인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알겠는 그 느낌이 든 순간 머릿속을 지나가는 내 지난 과업들.. 아침에 즐겨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이제는 줄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떠나 보내며, 이런 저런 차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부모님께서 슈퍼를 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신제품들을 이것 저것 먹어 보던 날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건지 나는 새로운 것들을 먹어보는 도전을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뭐 하나에 정착하기보단 이것 저것 돌아가면서 먹어보는 편인데, 이번에 사 본 것은 '울트라 펌킨 유자'차. 가장 최근에 빠져 있던 것이 '팽이버섯차' 였고, 이제 겨울도 봄도(아마도 봄도 끝난게 아닐까) 지났기때문에 조금 상큼하면서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을것만 같은 걸로 골라봤다.

한 박스에 20개 들어있고, 비닐 포장되어있다. 기부한다는 메시지도 큼직하게 적어둠!

 

▶ 가격

올리브영에서 20개입 박스 하나 당 13,900원_4/14 기준. 개 당 단가로 환산하면 695원/개 이다..

 캡슐 커피가 요즘 개 당 500원 안팎인 꼴이니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커피 체인점과 마트에 들를 때 마다 새로이 생겨나는 커피 캡슐 종류들 덕에, 200원 하던 자판기 커피가 3,000원이 되는 기 현상이 일어나더니, 이제는 다시 차가 커피보다 비싼 시대가 되어버린걸까. 오묘한 기분이 든다.

 

▶ 성분 및 함량

늙은호박 30%(국내산), 단호박 20%(국내산), 유자 20%(국내산), 진피 20%(국내산), 로즈힙 10%(칠레산)

 

 요즘 내가 차를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차를 고르는 것이다. 지난 날들을 물 대신 커피를 마시는 시간으로 보내왔기도 하고, 한국인이라면 흔히 하는 '식사 중, 식사 후 물마시기'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인 나는 체수분을 올릴 일이 거의 없는 편이라 차를 마실때 만이라도 카페인이 없는 차를 선택해서 탈수현상이라도 줄여보려는 생각인 것. 그리고 카페인 마실거면 차라리 취향껏 커피를 한 잔 먹겠다는 마음도 있다.

 

 이 외에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이 차가 원래는(?) 붓기 개선이 목적이라는 것. 심할 때는 손가락 마디가 아플 정도로 몸이 잘 붓는 체질인 나에게 잘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봤다. 붓기가 빠지는지?는 좀 더 먹어봐야 알겠지만. 아무튼 호박이 50%라니까 뭐..

 

호박과 유자가 여름용 차로 좋은지 궁금해서 챗지피티에게 질문한 내용.

 

 여름용 차로 훌륭한가?에 대한 의문은 역시 한의학적 소견으로 호박과 유자가 냉한 음식인지를 알아보고싶었는데, 요즘은 네이버/구글 보다는 역시 챗지피티를 활용하는 중이라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 개떡같이 물어봐도 찰떡같이 대답해주는 챗지피티 ㅋㅋ. 여름용 차로 훌륭하단다. 합격!

 

이 외에 좋았던 점이 또 있다면 생분해성 필터(PLA)로 된 티백이라는 점. 우리가 흔히 아는 종이 티백 대비해서 먼지가 적어서 마실때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종이로 된 포장재를 탁 열었을때, 이게 차 가루인지 티백 가루인지 포장재 가루인지 모르겠어서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었는데, 비닐로 된 포장재에 PLA로 된 티백이라 마음이 놓였다.

 

울트라 펌킨티 유자. 음용법대로 우리면 예쁜 노랑과 주황 사이의 색이 우러난다.

 

 

▶ 먹는 법

찬 물 음용법 : 찬 물 500mL ~ 1L에 티백 1개를 3분동안 우려서 마신다.

뜨거운 물 음용법 : 뜨거운 물 300mL에 티백 1개를 2분동안 우려서 마신다.

회사나 집에서 마실때 보통 잠깐 담궈놓고 뺀다기 보단 담궈놓고 한참을 두는 편이지만, 그래도 또 기다리는건 답답하기 때문에 처음에 300mL에 2분정도 우린 후 찬물을 부어서 마시고있다. 잎차가 아니라 그런지 음용법을 지키지 않더라도 맛의 차이에는 큰 차이가 없는것같다.

 

마지막으로 맛은, 유자향으로 시작해서 은은한 호박향으로 끝난다. 개인적으로 호박을 좋아하지만 호박차나 팥차는 특유의 호박이나 팥 맛이 많이 나는것이 느끼하게 느껴지거나 불쾌한 이질감이 있었는데(이게 차인지 음식인지 모르겠는 그 경계에서 오는 불쾌한 골짜기같은거) 이 차에서는 호박의 향은 거의 가리고 유자 향이 지배적이다. 그러면서도 너무 시큼하거나 톡 쏘지 않아서 위를 보호하고싶은 나에게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20개를 다 마시고 난 뒤에도 여름이라면, 한번쯤 또 살 것같은 느낌. 이상 리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