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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의 끝판왕! 바란 스탠드 드라이기 추천!

10년차 이대리 2024. 4. 17. 23:32

담요 위에서 찍는걸 시그니처 처럼 하고싶었는데, 너무 크다..

 

 가족인 남편 외의 사람한테는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매일 저녁 때 마다 하는 아주 게으른 고민이 있다. 머리를 말리고 잘까, 말까 하는 고민. 저녁때 늦게 퇴근하는 편이기도 하고, 집에서 운동을 하다가 씻고 자기 때문에 거의 잠들기 직전에야 씻는 편이라 씻고 난 뒤에 욕실 증기를 빼 내고, 습기가 덜해진 욕실에 가만히 서서 3~5분 가량을 머리를 말리는 일은 '꼭 그래야만 하나' 싶을 정도로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스탠드 드라이기를 쿠팡에서 처음 보았을 때, 스스로의 게으름과 아이디어 상품의(?) 편리함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했다. 내가 하루 5분의 불편함을 못견뎌서 이걸 89,100원을 주고 사는 게 맞나 싶어서. 하루에 5분만 쓰면 되는데, 그게 안되다니. 게다가 하나 더 고민되었던 부분은 이 드라이어는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펫 용' 또는 '어린 아이용' 이라는 것. 우리집에는 펫도 없을 뿐더러 아이도 없는데, 이걸 사서 잘 쓸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스탠드 드라이기를 산 이유가 있다. 나의 게으름은 늘 나를 이겼고, 그래서 머리를 말리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에 두피와 모근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과 모발은 잃은 후에야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모든 모발을 잃기 전에 이제는 결정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팡에서 그저께 시켜서 어제 받아보았다. (로켓배송 최고!) 가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89,100원. 리모컨 분리형은 10만원이 넘는 제품이었는데, 리모컨을 사용하는 편리함은 나를 더욱 더 게으름뱅이로 만들것같아서 불안하기도 했고, 그것만을 위해 2만원을 더 내는 일도 불편했으며, 왠지 훗날 언젠가 리모컨이 고장나거나 사라져서 곤란에 빠질것만 같았다.

 

딱 봐도 튼튼하게 잘 짜여서 왔다. 깔_끔

 

 배송은 누가 백텀블링을 하면서 보아도 드라이어라고 적혀있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은, 튼튼해보이는 포장 박스에 담겨서 왔다. 안에도 스티로폼이 단단히 싸여있어서, 배송사고를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이 생겼다. 박스를 뜯을 때 다행히 스티로폼 가루도 많이 날리진 않았다.

 

 포장 박스에서 제품을 꺼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받침이 완성도가 높고 상당히 무겁다는 점이었다.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어디서 쓸까 고민을 하다가, 리클라이너 위에 두기로 했다. 게을러서 화장실에서 머리를 말리는게 싫다면,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어떤게 최선일까 생각해보니 리클라이너가 좋을 것 같았다. 리클라이너 옆에 세워두니, 마치 스탠드같기도 하고 유튜버용 마이크같기도 해서 웃겼다.

 

 중간 풍량에 중간 온도로 맞춰서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서 바람을 쬐면서 바람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있자니, 게을러서 이걸 사는게 부끄럽다는 생각을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기분좋은 바람이 머리를 말려주었다. 리클라이너는 편하고, 책을 읽는데 바람소리가 생각보다 거슬리지도 않았다. 리뷰를 남기기 위해 몇분정도 바람을 말리는지 핸드폰으로 재보니 5분정도 틀어놓으면 머리카락의 80%정도가 마르고, 두피는 마른 상태가 되었다. (참고로 나는 어깨 선 조금 넘는 정도의 중단발이고, 숱이 많지 않다) 조금 놀라웠던 부분은 5분은 생각보다 책 페이지를 많이 넘길 수 있는 시간이고, 나는 생각보다 가만히 5분을 못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 불편한 부분을 찾는다면 빨리 골고루 말리기 위해서는, 머리를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어가며 대야한다는 정도이지만, 10분정도 말려야겠다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다거나, 높은 온도나 높은 풍량을 견디겠다고 생각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중간 풍량에 중간 온도로 쬐어서 만족스러웠지만, 고온까지는 괜찮은 수준이었고, 높은 풍량은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아직 하루 사용했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사용하다가 또 불편한 점이 발견되거나, 다른 만족스러운 점이 발견된다면 또 리뷰를 써야지 라고 생각하며, 이만 리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