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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당황스러운 청송 약수터의 비밀🚿- 달기 약수탕 리뷰

10년차 이대리 2025. 1. 28. 22:28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가 철분이 많다며 좋은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몰랐지. ㅎㅎ

 

 긴 연휴를 맞아 하루 정도는 게으른 우리 부부도 집 근처 1시간 거리 말고 어딘가 멀리 한번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다. 매번 집근처 호수에 있는 카페라던가, 대형마트라던가 이런 곳만 슬쩍 찔러보고는 아 콧바람 쐬고 왔다 하고 자기위안 하는 그런거 말고, 그럭저럭 괜찮은 거리에 있는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연히 SNS를 통해 본 청송의 얼음골을 보며 '겨울엔 여길 가야한다' 라는 마음이 들어서, 급하게 청송 여행을 잡았다. 청송을 목적지로 정해두고는 PPPP 부부 답게 전날 새벽에 대충 몇군데 검색해서 알아보고 잠이 들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오늘 리뷰하려고 하는 달기약수탕 이었다.

 

 청송에 약수터가 있다는 점이, 새해(가 된지 한달정도 되긴 했다만)랍시고 뭔가 그럴싸한 의미부여가 되기도 하고 청송에서 영덕으로 넘어가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청송에서 약숫물로 만들었다는 백숙을 점심으로 먹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게다가 남편은 지독한 나물러버 이기 때문에.. 이게 딱이지 싶었다.

 

 당시엔 잘 몰랐는데(역시나 사전조사같은건 거의 하지 않고 가기 때문에..) 달기약수탕은 5군데 정도의 약수 SPOT이 있다고 한다. 그걸 모르고 무작정 지도에 '달기약수탕'을 검색하고 찾아간 우리로서는 여기저기 적혀있는 약수터 표지판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SNS에서 본적있는 그 식당. 그냥 무작정 들어갔다. 뭐 별 차이 있겠어?

 

 어느 약수를 먹어봐야하나 혼란스럽던 중, SNS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 '약수마을'이라는 식당 간판을 발견했다. 이 식당이 백숙도 팔고 닭불고기도 판매한다고 SNS에 나와있던데, SNS맛집을 잘 믿는 편은 아니지만 메뉴 구성이 마음에들었어서 일단 (밥때를 놓치기 전에) 무작정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백숙과 닭불고기 역시 어디나 팔던 메뉴였기때문에 굳이 이 식당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는거였긴 하다 ㅋㅋ

 

식당에서 주신 약수. 우리는 결국 못먹겠어서 정수기 물을 달라고 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엄청 친절하신 주인아저씨께서 우리를 반기시며, 깨끗하게 세팅된 테이블로 안내해주셨다. 그리고는 노란 물이 들어있는 물병 하나를 가져다 주시면서, 약수라고 하셨다. 한 모금 마셔보니 말도 안되는 쇠비린내와 옅은 탄산감이 올라왔다. 남편과 나는 서로 눈빛교환을 하며 '이거 괜찮나' 의심하고있었는데, 나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약수터 좀 다녀본 사람으로써 '우리 할아버지도 이런거 좋은거라고 하셨긴 했어. 먹기 어렵긴 하다.ㅎㅎ' 라고 했다. 남편은, 도저히 의심이 가시질 않았는지 인터넷을 통해 약수터 수질검사 결과를 찾아보더니, '역시. 이것봐 부적합이야.' 라며 보여주었다.

 

 남편이 보여준 사이트는 물정보포털 샘터 라는 사이트였고, 찾아보니 정말 '부적합'으로 표기되어있었다.

출처 : 물정보포털샘터(https://www.water.or.kr)

 

 이 물을 여러사람이 와서 찾고, 기다려서 떠 가고, 심지어 약수를 떠 가라며 물통도 판매하다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그보다도 이제 곧 나올 음식은 가열조리했으니 괜찮나?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40분정도 음식을 기다려서 음식을 받았는데, 왠지 깨름칙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ㅎㅎ

 

약수마을 세트메뉴 (백숙+닭불고기) 중 닭불고기

 

 먼저 닭불고기와 각종 반찬들이 나왔다. 맛이 좋은 편이었는데, 중간중간 비릿한 약수 맛이 올라왔다(아마 약수로 만든 음식을 찾으러 오는 손님들 때문에 약수맛이 나는걸 신경쓰지 않으시는것같다). 반찬들이 맵찔이인 우리 부부에겐 대부분 매운 편이었고, 그래도 따뜻한 닭불고기는 내 기준 마음에 들었다.

 

닭불고기를 15분? 20분쯤 먹으니 백숙과 찰밥이 나왔다.

 

 백숙은 세트메뉴라 그런가 다리만 나온다. 세트메뉴의 가격이 인당 25,000원, 그러니까 2인 기준이면 5만원이기 때문에 닭한마리 정도는 넣어줄 법도 한데 그런거 없다. 냅다 허벅다리만 두조각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다. 국물은 녹두 국물이 진하고 걸쭉하다. 다만 먹으면 먹을수록 '평소에 먹던 거랑 뭔가 다른데'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약재가 하나도 쓰이지 않았다. 달기약수를 믿는사람 피셜 약재도 필요없다는 것이었을까, 약재가 하나도 없이 녹두만으로 맛을 낸 닭백숙.. 아니 다리 두조각을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맛이 좋았다. 먹을만했다. 근데 인당 25천원이 아니라 둘이 합쳐 25천원 정도면 또 갈수 있을 것 같은 맛이다.

 

 처음에 약수마을에 도착했을때부터 식사를 하고 나올 때 까지,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다. 한군데가 아닌 약수터, 먹으면 안될것같은 약수의 맛, 부적합으로 밝혀진 약수, 당황스러울정도로 오래걸리는 식사 준비, 가격 대비 부실한 식사까지(아, 물론 둘이 먹고 배고프다 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배불렀다.).

 

 

 

 아무튼 정말.. 혼란하다. 살면서 딱~ 한번정도 인생의 경험삼아 가볼만 한 것 같다. ㅎㅎ